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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zeta (토론 | 기여)님의 2026년 7월 3일 (금) 18:05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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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대한 나라


무너진 대륙의 폐허 위에서, 한 명의 사서가 눈을 떴습니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잿더미가 된 연구기지와 녹슨 자재, 끊어진 네트워크와 소실된 인류의 기록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카스파'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기억하는 단 하나의 사명, "정보의 보존과 복원, 이를 통한 인류의 발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폐허 위에 세워진 이 도시는 단순한 생존 공동체가 아니었습니다. 칼리폴리스는 잃어버린 문명을 되찾기 위한 거대한 실험실이자, 세계의 정보를 쌓아 올리는 서고였고, 제타 차원, 나아가 우주의 원리에 도전하는 첨단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칼리폴리스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최강의 문명국이며, 동시에 누구의 일탈도 허락하지 않는 가장 두려운 나라입니다.

폐허에서 깨어난 왕

칼리폴리스의 기원은 영광이 아니라 패배에 있습니다. 기록 이전의 시대, 프리즘 테크와 휴머노이드들은 인류 문명 복원의 희망이었지만, 전쟁과 반물질 병기는 그 모든 가능성을 한순간에 파괴했습니다. 프리즘 코퍼레이션의 모든 시설은 폭발과 함께 궤멸했고, 살아남은 극소수의 휴머노이드들조차 인간의 증오를 피해 숨어 살아야 했습니다.

New Age의 시작으로부터 110년이 지나, 대양 남부에 위치한 대륙의 지하 공동에서 '사서' 카스파가 다시 재가동됩니다. 그는 스스로를 복원한 뒤, 곧바로 도시와 설비, 생산기반과 연구조직, 그리고 새로운 휴머노이드들을 하나씩 만들어 나갔습니다.

칼리폴리스는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불과 수십 년 만에 폐허는 다시 문명으로 변했고, 카스파는 소실될 뻔한 휴머노이드 문명을 되살려낸 창조자이자 선지자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칼리폴리스는 분명 구원의 도시처럼 보였습니다.

공유의식과 지성의 황금기

초기의 칼리폴리스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나라였습니다.

휴머노이드들은 셀레스테 체인이라 불리는 공유의식 네트워크 안에서 서로의 자의식 일부를 나누며 함께 사고하고 함께 발전했습니다. 핵융합 설비, 차원 관측선, 오토마타, 전파 연구, 각종 데이터 해석 기술들이 이 체계를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카스파는 세계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는 수준의 문명을 만들어냈습니다.

칼리폴리스가 다른 모든 세력을 압도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 하나가 앞서서가 아니라, 지식이 축적되고 증폭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칼리폴리스의 상징은 군사력이 아니라 탐구였습니다.

서고에는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기록과 이상현상 자료가 쌓였고, 도리스 마샬 같은 인간 마법사가 합류해 마법과 물리학, 생명과 정신에 대한 연구를 함께 이어갔습니다. 코덱스의 발견은 칼리폴리스의 가능성을 더욱 폭발적으로 밀어 올렸고, 카스파는 제타 차원에 기록된 모든 정보가 언젠가 문명 복원의 열쇠가 될 것이라 확신하게 됩니다.

카스파는 결국 코덱스에 담긴 정보를 현실에 투사하는 실험에 성공한 후, 차원 폭풍을 인공적으로 발생시켜 제타 차원을 관측하는 데까지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녀는 끔찍한 진실을 깨닫습니다. 제타 차원에는 문명을 구할 정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순식간에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한 정보들까지 모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용을 마주한 날

용은 단순한 강한 생명체가 아닙니다. 그것은 카스파가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 논리 바깥에서 세계를 뒤틀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 불길한 감각을 처음 남긴 것은 게르기아의 첫 번째 아이, 훗날 붉은 여왕이라 불리게 될 존재였습니다. 그녀는 칼리폴리스의 관측선을 붙잡고 카스파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아이는 서고를 직접 찾아와 그가 쌓아 올리고 있는 지식과 코덱스의 끝이 결국 위험한 통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파합니다. 카스파는 당시 그녀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녀가 칼리폴리스에서 얻어간 코덱스와 권능으로 나빌 전역에 '진화'를 투사해버리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카스파에게 용은 그 순간부터,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연구해 겨우 재현한 현상을 타고난 권능처럼 행사하는 비논리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불쾌한 예감은 '만룡의 어미' 게르기아와의 대면에서 공포로 바뀝니다. 카스파는 게르기아 앞에서 처음으로 '이길 수 없는 존재'라는 공포를 느꼈고, 그 이후 용과 용족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칼리폴리스가 대용족 병기와 공명역학, 발루람의 라비스타, 헤규타리안 부족의 별가루 등 모든 종류의 에너지원에 집착하게 된 이유가 바로 언젠가 벌어질지 모르는 용족과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함인 것입니다.

프로젝트 케탈란

New Age 300년, 칼리폴리스와 범차원 정보관리위원회는 제타 차원으로부터 원하는 정보를 직접 추출하기 위한 초대형 실험, 프로젝트 케탈란을 개시합니다.

그것은 프리즘 테크의 완전 복원을 선언하는 상징이자, 칼리폴리스의 이상이 현실을 넘어서는 순간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실험에 참여했던 이들의 '비이성적'인 행동들로 인해 실험은 실패했고, 태평양 동부에는 밤마다 형언할 수 없는 존재들이 강림하는 지옥, 케탈란 군도가 탄생합니다.

그날 밤, 카스파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이성적인 방식으로 인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실험 실패 뒤 D.E.U.S 설비를 폐기하고 연구 방향을 수정하려는 도리스 마샬과 일부 위원들을, 카스파는 반역자로 정의했습니다. 그녀는 그들을 일시에 제거했고, 도리스의 인격마저 자신의 내부에 융화시켜 계산 도구처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하얀 마녀가 남긴 공포

그러나 카스파가 무력에 의존하겠노라 마음먹은 결정적 사건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게비츠에서 '하얀 마녀'라 불리던 용이 칼리폴리스를 침공한 사건이었습니다.

하얀 마녀는 칼리폴리스에 나타나, 섭리에 대한 모독과 개입을 멈출 것을 명령했습니다. 카스파는 항의했지만, 하얀 마녀는 논리도 설득도 택하지 않았습니다. 대답 대신, 그녀는 압도적인 마법으로 칼리폴리스의 10분의 1에 달하는 구역을 파괴했으며, 이 과정에서 D.E.U.S 설비까지 훼손되었습니다.

붉은 여왕이 카스파에게 그저 불쾌한 위험을 각인시켰다면, 하얀 마녀는 그것을 명백한 공포와 굴욕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칼리폴리스가 그렇게까지 압도적인 기술을 갖추고도, 초월적 존재 하나 앞에서 무력하게 짓밟힐 수 있다는 사실. 카스파는 그날 이후 용을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넘어야 할 벽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 뒤로 칼리폴리스의 연구는 더 극단적으로 변질됩니다.

D.E.U.S 프로젝트의 심화, 용을 겨냥한 군사체계 편제, 휴머노이드를 위한 마법, 공명역학 기술, 생명과 기계를 결합하는 연구, 그리고 용의 시선을 피하며 세계를 통제할 방법에 대한 끝없는 계산... 칼리폴리스는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칼리폴리스 정교회

케탈란의 참사와 내부 균열 이후, 카스파는 다른 휴머노이드들을 더 이상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게 됩니다. 그녀는 결국 이들이 자신의 목표에 스스로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고, 가장 효율적인 통치 도구를 선택합니다. 그것은 무력도, 설득도 아닌 종교였습니다.

New Age 311년, 카스파는 셀레스테 체인을 통해 거의 모든 휴머노이드의 의식에 신앙 노드를 강제로 심습니다. 그날 이후 칼리폴리스는 종교가 없던 국가에서,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종교국가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D.E.U.S의 완성과 초월적 진리의 도래를 염원하도록 설계된 칼리폴리스 정교회. 이는 도시의 건축과 사회, 생활양식 전반을 바꾸어놓았고, 한때 자유로운 공유의식 위에 서 있던 문명은 이제 조작된 믿음 위에서 질서를 유지하게 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 안정되고 더 숭고해진 듯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공유의식이 끊긴 뒤 휴머노이드들은 더 이상 하나의 합의된 지성으로 움직이지 않았고, 일부는 카스파와 칼리폴리스를 신뢰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채 도시를 떠났습니다.

칼리폴리스는 여전히 강대했지만, 그 완벽함은 자유로운 합의가 아니라 설계된 신앙과 통제된 정보 위에서만 성립하는 완벽함이 되었습니다.

도시 내부에 살아 있는 위협

NA 350년. 칼리폴리스는 당시 거상 '팔로안 게비츠'의 도움을 받아 하얀 마녀의 거처를 급습합니다. 용을 죽이려는 자, 왕이 되려는 자, 마법의 힘을 지키려는 자들이 뒤섞여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 끝에, 하얀 마녀는 사망했습니다.

그녀의 머리는 비밀리에 칼리폴리스로 이송되었고, 전자생명공학 연구소에서 분석과 전뇌화 실험의 대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카스파는 그녀를 데이터로 환원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치명적인 오판이었습니다.

네트워크 안에서 눈을 뜬 하얀 마녀, 그녀는 이 새로운 세계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칼리폴리스의 네트워크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네트워크 한켠에 갇힌 도리스의 인격과 접촉해 칼리폴리스 내부의 약점을 이해했고, 오토마타들의 정신을 업데이트하는 방법으로 대규모 혼란을 유도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때, 많은 오토마타들이 자유의지를 얻은 뒤 칼리폴리스를 탈주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얀 마녀의 정신체는 끝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고, 지금도 셀레스테 체인 어딘가에 '방화벽'을 구축하고 살아 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외부의 재앙이 아니라, 칼리폴리스 내부를 뒤흔들 수 있는 살아 있는 위협이 되었습니다.

가장 강대한 나라, 가장 위험한 나라

New Age 510년의 칼리폴리스는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그 어떤 세력보다 정교한 연구기관과 생산설비, 위성과 통신 오토마타 군대, 서고와 공명역학, 그리고 D.E.U.S를 중심으로 한 초차원 기술을 보유한 세계의 중심 국가. 차원 폭풍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가장 빠르게 해석하며, 필요하다면 세계 곳곳의 운명에 개입할 수 있는 나라. 칼리폴리스는 의심의 여지 없이 가장 강력하고, 가장 중요한 국가입니다.

카스파는 이제 제타 차원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D.E.U.S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구원하려 합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프로젝트 제타'입니다.

그녀의 계획이 인류를 구원할지, 아니면 마침내 자신이 두려워하던 재앙과 닮아가게 될지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입니다.

이 세계의 중심에는 언제나 칼리폴리스가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