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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zeta (토론 | 기여)님의 2026년 5월 19일 (화) 17:33 판 (새 문서: ''숲을 태워서라도 되찾으리라'' ---- 한때 그들은 세계수의 그늘 아래에서 같은 바람을 마시며 살았습니다. 이르민술을 어머니라 부르던 아에로른의 일원이었고, 숲과 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던 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침묵했고, 누군가는 협상을 택했으며, 누군가는 빼앗기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끝내, 그들만은 그것을 용납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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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태워서라도 되찾으리라


한때 그들은 세계수의 그늘 아래에서 같은 바람을 마시며 살았습니다. 이르민술을 어머니라 부르던 아에로른의 일원이었고, 숲과 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던 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침묵했고, 누군가는 협상을 택했으며, 누군가는 빼앗기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끝내, 그들만은 그것을 용납하지 못했습니다.

브레게둘 부족. 지금은 '들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은, 빼앗긴 성지를 되찾기 위해 자염룡(紫炎龍) '폴라리스'를 섬기고 화염의 힘을 택한 자들입니다.

숲을 지키기 위해 숲을 태우는 자들. 신목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기를 택한 자들. 아에로른이 끝내 외면했던 분노와 복수심이, 이제 하나의 세력이 되어 북녘의 불꽃 속에서 타오르고 있습니다.

세계수 아래의 옛 이름

브레게둘 부족은 본래 '로갈 부족'이라 불렸습니다. 그들은 아에로른의 다른 부족들과 마찬가지로 이르민술을 신성시했고, 세계수의 생명력이 퍼지는 땅에서 살아가며 스스로의 터전을 일구었습니다. 특히 로갈 부족은 지금의 아에로른 령에서 가장 먼저 삶의 기반을 닦은 이들 가운데 하나였고, 황무지를 개척하고 숲을 지켜낸 주역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게비츠 왕국과의 분쟁이 격화되면서 모든 것이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남쪽에서 밀려든 강철의 군세는 끊임없이 숲을 침범했고, 로갈 부족은 피로써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아유르 부족과 다른 이들은 세계수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 아래 협상과 후퇴를 택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숲이 먼저였으나, 로갈 부족에게는 숲을 지키는 방식 또한 중요했습니다.

칼을 든 침략자와 타협하는 순간, 이미 너무 많은 것이 무너졌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게비츠의 침공은 현실이 되었고, 세계수는 깊은 상처를 입었으며, 로갈 부족의 터전 또한 짓밟혔습니다.

그날 이후, 이르민술은 더 이상 단순한 신목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빼앗긴 고향이자, 되찾아야 할 성지,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되돌려 받아야 할 약속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북녘의 용, 자주빛 화염

패배한 로갈 부족이 끝내 도망친 곳은 북동부의 극지였습니다. 눈과 동토, 그리고 오래전부터 봉인된 거대한 용이 잠든 땅. 그곳에서 그들은 자염룡 '폴라리스'와 마주합니다.

폴라리스는 '만룡의 어미' 게르기아의 아이들 가운데 하나였으나, 어머니의 뜻을 거스른 죄로 패배하여 그린란드의 땅 아래 봉인된 존재였습니다. 거대한 창 '삼먁삼보리'가 그의 가슴을 꿰뚫고 있었고, 수많은 사슬과 용언의 봉인이 그의 육신과 생명을 끝없이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로갈 부족이 본 것은 패배한 죄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본 것은, 억울하게 힘을 빼앗긴 채 고통 속에 묶인 또 하나의 존재였습니다. 자신들과 너무도 닮은 신이었습니다.

그들은 폴라리스를 섬기기로 맹세했고, 그 대가로 자주빛 화염의 힘을 받았습니다. 그날 이후 로갈 부족은 더 이상 예전의 이름을 쓰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브레게둘', 곧 들불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피어나 번지고, 결국 모든 것을 품에 안는 들불이 되리라."
— 제사장 마케나 아마디

화염으로 빚은 문명

브레게둘은 자연을 버린 세력이 아닙니다.

다만 더 이상 자연에 기대어 살지 않기로 했을 뿐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손과 마법, 그리고 용에게서 받은 권능으로 대지를 바꾸고 문명을 재구성했습니다. 한때 숲과 산이던 영지는 이제 불에 그을린 대지와 화염으로 벼린 암석, 자수정이 돋아난 검은 첨탑들로 뒤덮인 새로운 세계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건축은 마치 바위가 땅속에서 피어오른 것처럼 솟아 있습니다. 녹아내린 지면을 다시 들어올리고, 화염으로 다듬고, 재와 용암의 흐름을 굳혀 만든 건축물들은 아에로른의 목가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양식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늘은 늘 보랏빛 불꽃과 매캐한 연기로 흐릿하며, 도시 곳곳에는 꺼지지 않는 화톳불과 마법 설비, 신전과 제단이 숨 쉬듯 놓여 있습니다.

이 문명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불과 수십 년 남짓한 시간뿐입니다. 그러나 초대 제사장 소베트 아마디가 폴라리스로부터 받은 권능은 실로 압도적이었고, 그 힘은 광역적인 대지 변형과 건축, 마법 기반 시설의 형성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브레게둘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화염 문명을 세워 올린 것입니다.

신을 섬기는 전사들

브레게둘 부족은 제정일치 사회입니다.

가장 높은 자리는 부족장이 아니라, 폴라리스와 직접 대면하고 그의 뜻을 전하는 제사장에게 주어집니다. 신앙과 통치는 분리되지 않으며, 제사장의 말은 곧 부족의 의지와 같습니다. 또한 이들의 사회는 모계 중심으로 이어지며, 제사장의 권위 역시 혈통과 계승을 통해 유지됩니다.

이들은 외부인을 깊이 경계하며, 부족의 존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교역 외에는 타자와 섞이기를 꺼립니다. 특히 오토마타에 대한 혐오는 거의 신념에 가깝습니다. 과거 자신들이 원했던 전쟁과 복수의 순간이 오토마타의 개입으로 무산되었다는 기억은, 지금까지도 이들의 내부에 독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브레게둘을 단순한 광신 집단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이들은 종교와 군사, 의식과 실전을 철저하게 결합시킨 전투 사회입니다. 화염계 마법은 단순히 불을 일으키는 힘이 아니라, 바람과 물, 금속과 생명, 소환과 무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됩니다. 어떤 이는 보랏빛 불꽃을 칼날에 두르고, 어떤 이는 타락한 정령을 부리며, 어떤 이는 불타는 짐승을 소환하고, 어떤 이는 자염의 힘을 총포와 주술 도구에 담아 씁니다.

브레게둘의 화염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전장을 재구성하고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문명의 힘입니다.

고통으로 유지되는 신앙

하지만 이 불길의 중심에는 언제나 고통이 있습니다.

봉인된 폴라리스는 지금도 창에 꿰뚫린 채, 끝없이 생명력과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브레게둘 부족은 그를 섬기고, 그의 고통을 덜어내며, 그의 생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는 일을 가장 신성한 의무로 여깁니다.

이 과정에서 선택된 자들이 바로 '고통의 시종'입니다.

그들은 용의 봉인 근처에서 의식과 춤, 몸부림과 기도를 통해 폴라리스의 고통을 분담합니다. 그 결과 일부는 용의 힘에 깊이 동화되고, 일부는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며, 일부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무언가로 비틀어집니다.

브레게둘의 신앙은 축복과 위엄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고통을 받아내고, 신의 고통마저 함께 짊어지겠다는 피와 살의 맹세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는 체계입니다.

빼앗긴 땅을 향한 함대

브레게둘은 이제 숲의 부족이 아니라, 북녘의 불꽃과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세력입니다.

타오르는 대지의 영향으로 경작과 수렵은 크게 줄었고, 해산물과 뿌리식물을 기반으로 한 식문화가 자리잡았습니다. 어로 활동이 중요해졌고, 동시에 남쪽을 향한 원정과 침공을 위해 함선 문화 또한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도시 외곽과 해안가에는 항구와 포대, 어로 기지와 군용 선창이 함께 자리하며, 이들의 시선은 늘 바다 너머를 향해 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닙니다.

브레게둘은 게비츠를 무너뜨리고, 아에로른에게서 세계수의 통제권을 빼앗아 오며, 이르민술을 자신들의 손으로 다시 세우고자 합니다. 그들에게 세계수는 더 이상 숭배의 대상이 아닙니다. 오직 되찾고, 수복하고, 지배해야 할 성지일 뿐입니다.

브레게둘은 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무 위에 선 자들의 방식으로는 결코 신목을 지킬 수 없다고.

들불의 다음 주인

New Age 510년. 브레게둘 부족은 또 하나의 갈림길 앞에 서 있습니다.

초대 제사장 소베트 아마디는 끝내 자신의 영혼을 제물로 바쳐 폴라리스의 생을 연장했고, 이제 그 자리는 딸인 마케나 아마디에게 넘어갔습니다. 부족은 여전히 강하고, 자주빛 화염은 여전히 타오르며, 이르민술을 되찾겠다는 맹세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마케나는 알고 있습니다. 이 신앙의 끝에 기다리는 것이 영광만은 아니라는 것을. 자신 또한 언젠가 폴라리스의 생을 위해 바쳐질 제물이 되리라는 사실을 그녀는 직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새로운 결심을 품습니다. 신의 도구로 소모되지 않으면서도, 신의 힘만은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세계수를 수복하겠다는 야심입니다.

브레게둘은 더 이상 단순한 추방자들의 부족이 아닙니다. 그들은 패배에서 태어난 들불이며, 억울함을 신앙으로 바꾼 전사들이고, 언젠가 숲 전체를 다시 태워서라도 자신들의 성지를 되찾으려는 자들입니다.

그리고 들불의 가장 두려운 점은, 그것이 언제 번지기 시작했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